박승순 화백의 작품은 종이를 엮어 한 권의 책을 만들듯 비선형적인 시간과 색채로 쓰여진 사적 역사의 증거품이다.
정(情)과 대조되는 육(肉)으로서의 그림에서 점, 선, 면의 본질적 조형원리는 제스처, 그리고 작품의 색채는 우리의 시각을 표현한다.
눈과 손을 매개로 전달된 에너지는 스펙트럼으로 적층되어 두터운 마띠에르를 형성한다.
채도 높은 화면에서는 약동하는 “아”, 그리고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환경이 중첩되어 백색으로 발화 한다.
색이 중첩되면 무색의 빛이 되는 원리처럼 화면은 경쾌한 무아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